가곡 이야기 39 강 건너 봄이 오듯, 새벽 안개 헤치고 온, 연분홍 봄의 전령 | 한국인의 애창가곡 100선

 

' 건너 봄이 오듯' 노래라기보다 폭의 그린 동양화에 가깝습니다. 살얼음 , 새벽 안개를 헤치고 오는 , 그리고 연분홍 꽃다발. 우리의 눈앞에 생생한 봄의 풍경을 그려내는 노랫말과, 풍경에 색채와 온도를 더하는 선율의 비밀을 함께 감상해 봅니다.

 

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 안개 헤쳐왔네

그림이 되는 노랫말, 봄의 풍경화

 

' 건너 봄이 오듯' 가사는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감각적인 언어로 가득 있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노랫말이 그리는 풍경을 따라가 볼까요?

 

건너 봄이 오듯

(작사: 송길자 / 작곡: 임긍수)

 

1

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 거나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 안개 헤쳐왔네

 

연분홍 꽃다발 아름 안고서

건너 우련한 빛을 우련한 빛을 마을에 내리누나

 

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 거나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 안개 헤쳐왔네

 

2

오늘도 강물 따라 뗏목처럼 흐를 거나

새소리 바람소리 흐르듯 나부끼네

 

마음 어둔 골에 나의 풀어 놓아

화사한 그리움 말없이 그리움 말없이 말없이 흐르는구나

 

오늘도 강물 따라 뗏목처럼 흐를 거나

새소리 바람소리 흐르듯 나부끼네

흐르듯 나부끼네

 

가사는 '봄이 왔다!' 선언하는 대신, 봄이 오는 '과정' '풍경' 세밀하게 묘사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노래를 들으며 마치 강가에 서서 직접 봄을 맞이하는 듯한 생생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1: 건너에서 도착한 '봄의 소식'

 

1절은 멀리서부터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봄의 소식을 그립니다. ' 강에 살얼음' 아직 겨울의 기운이 가시지 않았음을 보여주지만, '언제나 풀릴 거나'라는 물음 속에는 간절한 기다림과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바로 그때, '새벽 안개'라는 신비로운 장막을 헤치고 ' 실은 ' 척이 나타납니다. 배가 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연분홍 꽃다발'. 이것은 봄이 보낸 번째 전령이자, 가장 확실한 '소식'입니다. '우련한 '이라는 표현처럼, 봄은 화려하고 갑작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라, 안갯속에서 은은하게 번져오는 빛처럼 부드럽게 우리 곁에 도착합니다.

 

2: 마음의 어두운 골짜기에 스며든

 

2절에 이르면 시선은 바깥 풍경에서 화자의 내면으로 옮겨옵니다. '강물 따라 뗏목처럼 흐를 거나'라는 표현은 정처 없이 흘러가는 인생, 혹은 자연의 순리에 몸을 맡긴 유유자적하는 마음의 상태를 떠올리게 합니다. 여기에 '새소리 바람소리' 더해지며 평화로운 분위기는 절정에 달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화자는 ' 마음 어둔 골에 나의 풀어 놓아'라고 고백합니다. 건너에서 봄이 이제 나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에 '화사한 그리움' 피워낸 것입니다. '말없이' 반복하는 부분은, 굳이 말로 표현할 없는, 가슴속에서 조용히 차오르는 벅찬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시어들은 작곡가 임긍수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만나 비로소 완성됩니다. 강물이 흐르는 유려한 선율과 살얼음이 녹는 섬세한 피아노 반주는 가사가 그린 풍경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 건너 봄이 오듯' 시와 음악이 서로를 얼마나 깊고 아름답게 만들 있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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