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봄이 오듯'은 노래라기보다 한 폭의 잘 그린 동양화에 가깝습니다. 살얼음 낀 강, 새벽 안개를 헤치고 오는 배, 그리고 연분홍 꽃다발. 우리의 눈앞에 생생한 봄의 풍경을 그려내는 노랫말과, 그 풍경에 색채와 온도를 더하는 선율의 비밀을 함께 감상해 봅니다.
그림이 되는 노랫말, 봄의 풍경화
'강 건너 봄이 오듯'의 가사는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감각적인 언어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노랫말이 그리는 풍경을 따라가 볼까요?
강 건너 봄이 오듯
(작사: 송길자 / 작곡: 임긍수)
1절
앞 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 거나
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 안개 헤쳐왔네
연분홍 꽃다발 한 아름 안고서
물 건너 우련한 빛을 우련한 빛을 강 마을에 내리누나
앞 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 거나
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 안개 헤쳐왔네
2절
오늘도 강물 따라 뗏목처럼 흐를 거나
새소리 바람소리 물 흐르듯 나부끼네
내 마음 어둔 골에 나의 봄 풀어 놓아
화사한 그리움 말없이 그리움 말없이 말없이 흐르는구나
오늘도 강물 따라 뗏목처럼 흐를 거나
새소리 바람소리 물 흐르듯 나부끼네
물 흐르듯 나부끼네
이 가사는 '봄이 왔다!'고 선언하는 대신, 봄이 오는 '과정'과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합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노래를 들으며 마치 강가에 서서 직접 봄을 맞이하는 듯한 생생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1절: 강 건너에서 도착한 '봄의 소식'
1절은 멀리서부터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봄의 소식을 그립니다. '앞 강에 살얼음'은 아직 겨울의 기운이 채 가시지 않았음을 보여주지만, '언제나 풀릴 거나'라는 물음 속에는 간절한 기다림과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바로 그때, '새벽 안개'라는 신비로운 장막을 헤치고 '짐 실은 배' 한 척이 나타납니다. 그 배가 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연분홍 꽃다발'. 이것은 봄이 보낸 첫 번째 전령이자, 가장 확실한 '소식'입니다. '우련한 빛'이라는 표현처럼, 봄은 화려하고 갑작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라, 안갯속에서 은은하게 번져오는 빛처럼 부드럽게 우리 곁에 도착합니다.
2절: 내 마음의 어두운 골짜기에 스며든 봄
2절에 이르면 시선은 바깥 풍경에서 화자의 내면으로 옮겨옵니다. '강물 따라 뗏목처럼 흐를 거나'라는 표현은 정처 없이 흘러가는 인생, 혹은 자연의 순리에 몸을 맡긴 채 유유자적하는 마음의 상태를 떠올리게 합니다. 여기에 '새소리 바람소리'가 더해지며 평화로운 분위기는 절정에 달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화자는 '내 마음 어둔 골에 나의 봄 풀어 놓아'라고 고백합니다. 강 건너에서 온 봄이 이제 나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에 '화사한 그리움'을 피워낸 것입니다. '말없이'를 세 번 반복하는 부분은, 굳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슴속에서 조용히 차오르는 벅찬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시어들은 작곡가 임긍수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만나 비로소 완성됩니다. 강물이 흐르는 듯 유려한 선율과 살얼음이 녹는 듯 섬세한 피아노 반주는 가사가 그린 풍경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강 건너 봄이 오듯'은 시와 음악이 서로를 얼마나 더 깊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증거입니다.
가곡 이야기 38 강 건너 봄이 오듯, '소식'이라는 시 한 편, 날개를 달고 노래가 되다 | 한국인의
우리 귀에 익숙한 가곡 '강 건너 봄이 오듯'은 사실 '소식'이라는 제목의 한 편의 서정시에서 출발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시인 송길자의 섬세한 시어에 작곡가 임긍수의 음악적 상상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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