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이야기 51 나물 캐는 처녀, 푸른 잔디 위 봄의 서정시 '가사 완전 정복' / 한국인의 애창가곡 10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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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싱그러움을 그대로 담아낸 듯한 노래, '나물 캐는 처녀'. 그 아름다운 선율만큼이나 서정적인 가사는 한 편의 시와 같습니다. 푸른 잔디, 아지랑이, 그리고 풋풋한 남녀의 만남까지. 오늘은 이 노래의 가사를 한 줄 한 줄 음미하며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와 시대적 배경을 탐험해 보겠습니다.

 

 

 

Lyrics <나물 캐는 처녀> 가사 전문 & 해설

현제명 선생이 직접 쓰고 곡을 붙인 '나물 캐는 처녀'의 가사는 총 2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절은 완벽한 기승전결 구조를 갖춘 한 편의 짧은 이야기입니다.

1절 가사: 평화로운 봄의 정경

푸른 잔디 풀 위로 봄바람은 불고
아지랭이 잔잔히 끼인 어떤 날
나물 캐는 처녀는 언덕으로 다니며
고운 나물 찾나니
어여쁘다 그 손목

1절은 평화롭고 서정적인 봄날의 풍경을 그대로 묘사합니다. '푸른 잔디', '봄바람', '아지랭이'와 같은 시어들은 독자로 하여금 따스하고 나른한 봄의 한가운데로 데려갑니다. 여기서 '나물 캐는 처녀'가 등장하며, 그녀가 '고운 나물'을 찾는 모습은 성실하고 순수한 한국 여인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행, '어여쁘다 그 손목'은 화자(목동)의 시선이 처음으로 등장하며, 처녀에 대한 순수한 감탄과 함께 2절의 사건을 예고하는 중요한 구절입니다.

2절 가사: 순수한 사랑의 시작

소 먹이던 목동이 손목 잡았네
새빨개진 얼굴로 뿌리치고 가오니
그의 굳은 마음 변함 없다네
어여쁘다 그 처녀

2절에서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소 먹이던 목동'이 등장해 처녀의 손목을 잡는, 다소 갑작스러운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에 대한 처녀의 반응, '새빨개진 얼굴로 뿌리치고 가오니'는 놀라움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제3자 혹은 목동의 독백일 수 있는 마지막 두 행, '그의 굳은 마음 변함 없다네 / 어여쁘다 그 처녀'는 처녀의 겉모습(뿌리치는 행동)과 속마음(굳은 마음)이 다르지 않은 곧은 성품을 칭찬하며, 두 사람의 인연이 계속될 것임을 암시하며 아름다운 여운을 남깁니다.

Analysis 시가 된 노래, 노래가 된 시: 현제명의 작사법

현제명은 전문 시인이 아니었지만, 그의 가사는 뛰어난 문학성을 보여줍니다. 그는 음악과 문학의 경계를 허물며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시어들

가사에 사용된 단어들은 매우 시각적이고 감각적입니다.

  • 아지랭이: 봄날의 공기, 온도, 나른한 분위기까지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입니다. 단순히 '안개'라고 표현하지 않고 '아지랭이'를 선택함으로써 시적인 깊이를 더했습니다.
  • 고운 나물: 단순히 먹는 나물이 아니라, 처녀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마음씨, 그리고 그녀가 추구하는 가치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 새빨개진 얼굴: 부끄러움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가장 직관적이고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시각적 묘사입니다.

이러한 시어의 선택은 듣는 이로 하여금 노래의 장면을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리게 하는 힘을 가집니다. 이것이 바로 '나물 캐는 처녀' 가사가 지닌 백미입니다.

시대의 아픔을 넘어선 목가적 이상향

이 노래가 만들어진 1932년은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기였습니다. 많은 예술가들이 시대의 아픔과 저항 정신을 작품에 담아냈던 것과 달리, 현제명은 가장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을 노래했습니다. 이는 현실 도피가 아니라, 오히려 빼앗긴 조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순수한 인간성을 지키고 기억하려는 고도의 예술적 저항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나물'과 '소'는 우리 민족의 가장 기본적인 삶의 터전과 생명력을 상징하며, 이 평화로운 풍경 자체가 바로 우리가 되찾아야 할 이상향이었던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나물 캐는 처녀' 가사는 누가 썼나요?
A. 작곡가인 현제명 선생이 직접 작사했습니다. 그는 작곡뿐만 아니라 작사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습니다.
Q. 가사에 나오는 '아지랭이'는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A. '아지랑이'의 방언 또는 옛 표현으로, 봄날 햇빛이 강하게 내리쬘 때 공기가 공중에서 아른거리며 위로 올라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따뜻한 봄날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현입니다.
Q. 이 노래의 배경이 되는 실제 장소가 있나요?
A. 특정 장소가 명시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사가 묘사하는 푸른 언덕과 아지랑이는 당시 한국의 어느 시골에서나 볼 수 있었던 보편적인 전원 풍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 줄 한 줄 곱씹을수록 더 깊은 맛이 우러나는 '나물 캐는 처녀'의 가사. 이는 단순한 노랫말을 넘어 우리 민족의 정서와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순수한 사랑을 담아낸 한 편의 완벽한 서정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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