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곡 '남촌'은 독창으로 불릴 때도 매력적이지만,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합창으로 불릴 때 그 진가가 더욱 빛납니다. 저마다의 추억을 안고 함께 부르는 노래, 화음 속에서 더욱 풍성해지는 '남촌'의 공동체적 의미와 그 따뜻한 울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홀로 부를 때와 함께 부를 때의 매력
가곡 '남촌'을 홀로 나지막이 부를 때면, 우리는 시인이 꿈꿨던 개인적인 이상향을 조용히 그려보게 됩니다. 그것은 나만의 비밀 정원 같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평화로운 안식처와 같습니다.
그러나 이 노래를 합창으로 부르는 순간, 그 풍경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소프라노의 청아한 멜로디에 알토의 따뜻한 화음이 더해지고, 테너와 베이스의 든든한 목소리가 그 아래를 받쳐줄 때, '남촌'은 개인의 꿈을 넘어 우리 모두가 함께 가꾸는 거대한 공동체의 정원이 됩니다.
각기 다른 음색의 목소리들이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감동적인 드라마입니다.
합창 무대의 영원한 스테디셀러
'남촌'이 수많은 합창단의 '필수 레퍼토리'로 사랑받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주선율이 매우 명확하고 서정적이어서 누구나 쉽게 익히고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화음의 구조가 너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풍성한 울림을 만들어내어 아마추어 합창단부터 전문 합창단까지 모두에게 음악적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후렴구에서 점차 고조되는 감정선은 단원들과 관객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죠.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 덕분에 어떤 음악회의 무대에 올려도 환영받는, 그야말로 합창 무대의 '치트키' 같은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라이벌의 노래에서 우리의 노래로
사실 저에게도 '남촌'에 얽힌 아주 특별한 추억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합창단을 해봤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불러봤을 이 노래를, 저는 조금 남다른 계기로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저희 합창단의 라이벌이었던 학교가 공연에서 이 곡을 부르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 멜로디는 물론이고, 파트별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화음이 어찌나 멋지고 부럽던지요.
그날 이후 '남촌'은 저희 합창단이 가장 즐겨 부르는 레퍼토리가 되었습니다. 셀 수 없을 만큼 여러 무대에서, 수많은 시간 동안 친구들과 함께 '남촌'을 노래하며 우리는 하나의 목소리가 되는 법을 배웠고, 그 과정 속에서 끈끈한 우정을 쌓았습니다.
라이벌에 대한 질투로 시작된 만남이, 결국 우리 모두의 소중한 노래가 된 셈입니다.
화음 속에 피어나는 공동체의 유토피아
결국 합창으로 부르는 '남촌'은 시인이 그렸던 이상향의 의미를 더욱 확장시킵니다.
시인이 꿈꾼 '남촌'이 개인의 그리움과 희망이 담긴 곳이라면, 합창으로 완성되는 '남촌'은 서로 다른 우리가 만나 조화를 이루고, 함께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유토피아'를 상징합니다.
내 목소리만으로는 결코 낼 수 없는 풍성한 화음을 경험하며,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노래를 통해 우리는 잠시나마 갈등과 다툼이 없는, 오직 아름다운 하모니만이 존재하는 이상적인 '남촌'의 주민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남촌'은 시인과 작곡가의 손을 떠나 우리 모두의 노래가 되었습니다.
함께 부르는 목소리 속에서 더욱 풍성해지고 깊어지는 이 노래처럼, 우리의 삶 또한 주변 사람들과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가며 더욱 풍요로워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가곡 이야기(13) 남촌: 시인의 꿈, 작곡가의 붓으로 피어나다/ 한국인의 애창가곡 100선
서정시의 대가 김동환 시인의 애틋한 그리움과 한국 합창음악의 거목 김규환 작곡가의 음악적 영감이 만나 불후의 명곡 '남촌'이 탄생했습니다. 시간을 뛰어넘어 하나의 예술로 완성된 두 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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