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이야기 4 가고파, 이은상과 김동진; 영혼의 만남, 시와 선율의 두 거장/한국인의 애창 가곡 100선

안녕하세요! 음악과 역사 속 인물을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명곡 '가고파'. 이 노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고향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을 시로 빚어낸 시인 이은상(李殷相)과, 그 시에 불멸의 멜로디를 입힌 천재 작곡가 김동진(金東振)입니다.

두 사람은 함께 작업실에 앉아 곡을 만들진 않았지만, '가고파'라는 하나의 작품 안에서 그 누구보다 깊이 만났습니다. 오늘은 한국가곡의 황금기를 이끈 두 예술가의 삶과 그들의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우리가 함께 기억해야 할 빛과 그림자까지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1. 향수의 시인, 노산 이은상 (1903 ~ 1982)

"그의 시는 언제나 고향과 자연, 그리고 민족의 혼을 노래했다."

'가고파'의 가슴 저미는 그리움은 이은상의 뼛속 깊은 '고향 사랑'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마산 앞바다를 보며 자란 그는 평생 그 풍경을 마음에 품고 살았습니다. 그의 시에는 단순한 서정을 넘어, 고향의 흙냄새와 파도 소리, 그리고 민족의 역사가 담겨 있었죠.

이은상의 시어는 수많은 작곡가에게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그의 시가 어떻게 노래가 되었는지 살펴보면, 그가 한국가곡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습니다.

  • 〈그리운 금강산〉: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을 담은 이 곡 역시 이은상의 시에서 태어났습니다.
  • 〈그네〉, 〈고향생각〉: 한국적인 정서와 그리움을 담은 대표적인 서정 가곡들입니다.
  • 〈팔만대장경〉: 민족의 문화유산에 대한 긍지를 노래한 기품 있는 곡입니다.

이처럼 이은상은 한국인의 마음속에 흐르는 보편적인 정서를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로 길어 올린, 명실상부한 '가곡의 아버지' 중 한 명이었습니다.

2. 선율의 건축가, 작곡가 김동진 (1913 ~ 2009)

"그의 음악은 노래하기 쉬우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김동진은 '가고파'를 단 20살의 나이에 작곡한 음악 신동이었습니다. 평양 숭실학교 재학 시절, 스승이 낭송하는 이은상의 시 '가고파'에 전율을 느끼고 그 자리에서 단숨에 곡을 완성했다는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그는 단순히 멜로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한글의 억양과 운율을 가장 잘 살리는 선율을 찾고, 피아노 반주를 통해 곡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소리의 건축가'였죠.

  • 〈신아리랑〉: 전통 민요의 색채를 현대적인 관현악으로 풀어낸 그의 대표작입니다.
  • 〈목련화〉: 웅장한 기상과 희망을 노래하며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명곡입니다.
  • 〈푸른 언덕〉, 〈그리운 마음〉: 김소월, 박화목 등 다른 시인들의 시에도 곡을 붙여 서정 가곡의 지평을 넓혔습니다.

특히 그의 음악에서 피아노는 단순한 반주가 아니라, 감정의 물결을 이끄는 '또 하나의 목소리' 역할을 합니다. 이는 성악가와 가사를 깊이 이해했기에 가능한 경지였습니다.

3. 빛과 그림자: 우리가 함께 기억해야 할 역사

찬란한 예술적 업적 뒤에는 복잡한 시대의 그림자가 존재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두 거장의 삶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은상의 그림자: 그는 유신과 전두환 정권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3·15 부정선거에 항거한 마산 시민들을 비판하는 발언으로 역사적 오점을 남겼습니다. 이로 인해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나 기념 사업은 지금도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과 논란에 부딪히곤 합니다.
  • 김동진의 그림자: 그는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랐습니다. 일제강점기 말, 친일 성향의 음악 단체에서 활동했다는 기록 때문입니다. 그의 음악적 공로와는 별개로, 시대적 과오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이들의 삶은 예술가의 작품과 그의 삶을 분리해서 볼 수 있는지, 혹은 어떻게 함께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려운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결론: 끝나지 않은 두 예술가의 대화

이은상과 김동진은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였습니다. 한 사람은 민족의 정서를 시로 썼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시에 영혼의 선율을 입혔습니다. 그들의 협업으로 탄생한 '가고파'는 개인의 향수를 넘어,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 모두의 노래가 되었습니다.

그들이 남긴 빛과 그림자를 함께 직시하는 것은, 단지 과거를 평가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예술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일 것입니다. 오늘, '가고파'를 다시 들어보며 시인의 마음과 작곡가의 영혼이 만나는 그 숭고한 순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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