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가곡 '비목'. 하지만 그 제목의 진짜 의미를 알고 계신가요? 이 글은 오랫동안 '비목'을 주목 같은 멋진 나무 이름으로 오해했던 저의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1964년, 강원도 화천의 비무장지대에서 한 청년 장교가 발견한 이름 없는 용사의 돌무덤과 십자 나무, 그 슬프고도 아름다운 시의 탄생 비화를 따라가며 '비목(碑木)'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들어가며: 나의 부끄러운 고백, '비목'은 나무 이름이 아니었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 이 비장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오면, 저도 모르게 숙연한 마음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합창단원으로, 또 이 노래를 사랑하는 애청자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저는 이 노래의 제목인 '비목'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고 노래했습니다. 그저 '높은 산 양지 녘에 있는, 이끼 낀 기품 있는 주목 같은 나무'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상상했죠.
아마 저처럼 생각하셨던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그토록 장엄한 멜로디에 어울리는 이름이라면, 필시 범상치 않은 나무일 것이라 지레짐작했던 것이죠.
하지만 '비목'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저는 노래의 첫 소절부터 마지막 한 음까지 완전히 다른 무게와 슬픔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늘은 그 놀랍고도 가슴 아픈 발견에 대한 이야기로 '비목'의 문을 열어보려 합니다.
비목(碑木), 우리가 몰랐던 두 글자의 무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목(碑木)'은 나무의 한 종류가 아닙니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나무로 된 비석'을 의미합니다. 전장에서 이름 없이 스러져간 용사의 무덤가에, 묘비 대신 세워진 이름 없는 나무 십자가. 그것이 바로 '비목'입니다.
우리가 상상했던 기품있는 나무가 아니라, 전쟁의 상흔 속에서 이름 모를 젊음을 기리기 위해 누군가 세워둔 투박하고 낡은 나무 비석.
이 사실을 알고 나면, 노래의 모든 가사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비목은 장대한 나무가 아니라, 세월의 풍파 속에 잊혀 가는 낡은 나무 십자가였고, '궁노루'가 슬피 울던 곳은 바로 그 이름 없는 용사의 무덤 곁이었던 것입니다.
1964년 화천, 한 청년 장교의 운명적 발견
이 비극적이고도 서정적인 시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시간을 거슬러 1964년, 강원도 화천의 비무장지대(DMZ) 근처로 가보겠습니다. 당시 그곳에서 소위(少尉)로 복무하던 20대 중반의 청년 장교가 있었습니다. 바로 '비목'의 작사가인 한명희(韓明熙) 선생입니다.
휴전선이 지척인 그곳은 한국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채, 적막하고 황량한 기운이 감돌던 곳이었습니다.
어느 날, 순찰을 돌던 한명희 소위는 잡초가 무성한 비탈길에서 우연히 작은 돌무덤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누가 보살피는 이 없이 세월 속에 방치된 무덤이었습니다. 그 곁에는 썩어가는 나무를 엮어 만든 투박한 십자가가 위태롭게 서 있었고, 무덤 위에는 녹슨 철모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이곳에서 숨졌을 어느 이름 모를 젊은 병사의 무덤. 십자가는 그의 비석, 즉 '비목'이었고, 철모는 그의 신분을 알려줄 유일한 단서였지만 그뿐이었습니다.
녹슨 철모와 십자가, 한 편의 시가 되다
젊은 장교는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였을 이름 모를 병사. 고향에 부모 형제를 남겨두고 이 차가운 땅에 외로이 묻혀야 했던 그의 삶과 죽음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전쟁의 비극, 젊음의 허무함, 그리고 그를 기억해주는 이 하나 없는 적막함이 한 소위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그는 그날 밤 숙소로 돌아와, 낮에 보았던 그 이름 없는 용사의 무덤과 '비목'을 떠올리며 한 편의 시를 써 내려갔습니다. 그것이 바로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으로 시작하는 가곡 '비목'의 원작 시가 되었습니다.
비목, 슬픈 시 장엄한 멜로디
이끼 낀 낡은 나무 비석 앞에서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다른 상상을 하며 이 노래를 불러왔을까요. 하지만 이제 그 진짜 의미를 알게 된 이상, '비목'의 첫 음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질문을 던져올 것입니다.
이 슬픈 시가 어떻게 우리 모두의 가슴을 울리는 장엄한 멜로디를 얻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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