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이야기 2 봉선화, 꽃 달 폐허에 깃든 세 가지 눈물/봉선화, 코조노 츠키, 황성옛터 이야기/한국인의 애창 가곡 100선

안녕하세요! 음악과 이야기로 감성을 채우는 아르송, K-Art Song입니다.
가끔 어떤 노래는 멜로디만 들어도 마음 한구석이 아릿해지곤 하죠. 특히 우리나라의 '봉선화'나 '황성옛터' 같은 노래는 시대를 넘어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혹시 우리나라의 이 노래들과 꼭 닮은 듯 다른 슬픔을 노래하는 일본의 명곡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시대를 관통하는 세 가지 슬픔, 한국의 가곡 '봉선화'와 대중가요 '황성옛터', 그리고 일본의 국민가곡 '코조노 츠키(荒城の月, 황성의 달)'를 한자리에 모아 그 닮은 듯 다른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1. 억눌린 시대의 붉은 눈물: 가곡 '봉선화'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 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봉선화'. 어릴 적 할머니 무릎에서, 혹은 음악 시간에 배우던 아름다운 가곡이죠. 하지만 이 노래는 단순히 예쁜 꽃노래가 아니랍니다. '봉선화'는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 홍난파 선생님이 작곡한 노래로, 나라 잃은 우리 민족의 슬픔과 저항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 처량한 봉선화: 바로 억압받는 우리 민족의 모습
  • 붉게 물든 손톱: 아름다움 이전에, 조국을 위해 흘린 피와 희생
  • 첫눈이 올 때까지: 독립의 그 날이 오기까지 꺾이지 않으려는 간절한 염원

이렇게 '봉선화'는 고운 꽃잎 뒤에 시대의 아픔과 저항의 눈물을 숨겨둔, 조용하지만 강인한 외침과 같은 노래랍니다.

2. 폐허 위에 터져 나온 망국의 통곡: 가요 '황성옛터'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에 서린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
아, 가엾다 이 내 몸은 그 무엇 찾으랴
끝없는 꿈의 거리를 헤매어 있노라

'황성옛터(荒城의 跡)'라는 제목,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으세요? 맞아요. 바로 다음에 이야기할 '코조노 츠키(荒城の月)'와 '황성(荒城)'이라는 한자를 공유합니다. 이 노래는 1928년, 작사가 왕평이 연극 공연차 개성에 들렀다가 고려 궁궐 터 '만월대'가 폐허로 남은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가사를 썼다고 해요.

'봉선화'가 은유와 상징으로 슬픔을 표현했다면, '황성옛터'는 망국의 슬픔을 직접적으로 토해내는 통곡에 가깝습니다. 나라 잃은 백성이 폐허가 된 옛 궁터를 보며 느끼는 처절한 심정, 그야말로 우리 민족의 '한(恨)'이 끓어오르는 듯한 노래죠. 당시 레코드가 닳도록 팔려나가며 온 민족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그 시대의 아픔을 위로하던 노래였습니다.

3. 달빛 아래 스러지는 역사의 허무: '코조노 츠키(荒城の月)'

봄 고루의 꽃의 잔치, 잔은 어디로 돌았나
치요의 소나무에 그 모습 남긴, 옛날의 빛은 어디에

자, 이제 일본으로 건너가 볼까요? '코조노 츠키(荒城の月, 황성의 달)'는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국민 애창곡입니다. 1901년에 발표되었으니 '봉선화'나 '황성옛터'보다 조금 빠르죠.

이 노래 역시 '폐허가 된 성'을 보며 느끼는 슬픔을 노래합니다. 하지만 그 슬픔의 결이 조금 달라요. '코조노 츠키'의 슬픔은 '무상함(無常)'에서 옵니다. 화려했던 성, 영원할 것 같던 권력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결국 스러져간다는 역사적 허무함과 철학적인 쓸쓸함이죠.

이는 외세의 침략 같은 외부의 요인이 아닌, 시간의 흐름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순리 앞에서 느끼는 감정이에요. 달빛 아래 고요히 서서 사라져 간 것들을 관조하는 듯한, 차분하고 서늘한 슬픔이랄까요?

한눈에 비교하기: 세 노래, 세 가지 슬픔

구분 봉선화 황성옛터 코조노 츠키
장르 예술 가곡 대중가요 (트로트) 예술 가곡
슬픔의 원인 나라 잃은 설움 (외적) 나라 잃은 설움 (외적) 시간의 흐름, 역사의 무상함 (내적)
감정 표현 은유적, 저항적 슬픔 직설적, 통곡하는 슬픔 관조적, 철학적 슬픔
핵심 정서 한(恨), 염원 한(恨), 통곡 무상함(無常)
상징 꽃 (민족) 폐허 (망국) 달 (영원), 폐허 (덧없음)

같은 슬픔, 다른 눈물

이렇게 보니 세 노래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 '황성옛터''코조노 츠키'는 '폐허가 된 성'이라는 같은 소재를 다루지만, 하나는 나라 잃은 자의 뜨거운 눈물(통곡)을, 다른 하나는 역사를 관조하는 자의 차가운 눈물(무상함)을 담고 있습니다.
  • '봉선화''황성옛터'는 둘 다 일제강점기의 슬픔을 노래하지만, 하나는 가곡이라는 틀 안에서 상징으로 저항했고, 다른 하나는 대중가요의 애절한 가락으로 민중의 마음을 직접 위로했습니다.

결국 이 세 노래는 꽃과 달, 폐허라는 상징을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시대의 아픔과 인간의 슬픔을 노래했던 것이죠.

오늘 밤, 이 세 노래를 차례로 들어보며 그 안에 담긴 각기 다른 눈물의 의미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아마 멜로디 너머의 깊은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에 더 큰 울림을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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