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들어가기6] 석굴암의 비밀과 동해를 향한 부처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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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신라의 땅이 삼국의 통일을 이루며 찬란한 황금빛으로 빛나던 시절, 경주의 토함산에는 깊은 신비를 간직한 석굴암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는 거대한 석가모니불이 조각된 본존불이 동해를 향해 고요히 앉아 있었다. 그 시선은 마치 끝없는 바다 너머를 바라보는 듯 깊고도 따뜻했다.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왜 부처님은 동해를 바라보시는 걸까?" 그 답은 신라의 역사와 사람들의 염원 속에 숨어 있었다.

사진-동해의 용
동해의 용이 된 문무대왕


문무대왕, 동해의 용이 되다


신라의 위대한 왕, 문무대왕은 삼국을 하나로 묶은 영웅이었다. 그는 전쟁의 소용돌이를 헤치며 백성들을 지켰지만, 마음 한구석엔 늘 나라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어느 날, 문무대왕은 신하들에게 말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나라를 지키는 일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는 동해의 용이 되어 신라를 영원히守护하겠다." 그의 유언대로, 왕은 세상을 떠난 후 동해 깊은 바다 속 대왕암에 잠들었다. 사람들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 문무대왕의 호국 정신이 살아 있다고 믿었다.


신문왕과 만파식적의 전설


문무대왕의 아들, 신문왕이 왕위에 오른 어느 날, 동해 바닷가에서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바닷물이 반짝이며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신비한 대나무가 떠올랐다. 어부들이 그 대나무를 건져 올리자, 왕궁의 현자들은 그것으로 피리를 만들었다. 그 피리는 '만파식적'이라 이름 지어졌다. 이 피리를 부는 순간, 바람은 잔잔해지고, 적군은 물러가며, 나라엔 평화가 깃들었다. 사람들은 동해가 신라에 신비한 힘을 내려주는 성스러운 공간이라 여겼다.


석굴암 본존불, 동해를 바라보다


석굴암의 본존불이 동해를 향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신라의 사람들은 바다 너머에서 불어오는 왜구의 위협을 늘 경계했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두려움에 떨지 않았다. 부처의 자비로운 시선이 동해를 향하자, 왜구의 칼날은 무뎌지고, 바다는 고요해졌다. 사람들은 믿었다. 본존불의 시선은 나라를 지키는 호국의 방패요, 어둠을 밝히는 태양과 같은 광명이었다.


매일 아침, 동해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석굴암의 본존불을 비추면, 그 빛은 부처의 미소와 함께 온 누리에 퍼졌다. 백성들은 이를 보며 말했다. "부처님의 광명은 신라를 넘어 세상 모든 이에게 희망을 전하리라." 석굴암은 단순한 석굴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라의 꿈, 호국의 염원, 그리고 부처의 자비가 하나로 어우러진 성스러운 공간이었다.


오늘날의 석굴암


오늘도 석굴암의 본존불은 동해를 바라보며 고요히 앉아 있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춤추는 그 바다 너머로, 부처의 시선은 여전히 신라의 이야기를 속삭인다. 문무대왕의 용기, 신문왕의 신비, 그리고 백성들의 염원이 담긴 그 시선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희망과 평화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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