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이야기 21 향수, "어떻게 딴따라와 노래를?" 한 테너가 쫓겨난 이유/한국인의 애창가곡 100선

 

명곡 '향수' 성공은 화려했지만, 뒤에는 위대한 예술가의 씁쓸한 희생이 있었습니다. 노래가 발표된 , 테너 박인수가 "클래식의 품위를 떨어뜨렸다" 이유로 국립오페라단에서 사실상 쫓겨난 사건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사건은 '향수' 단순한 명곡이 아닌, 한국 음악계의 낡은 장벽에 균열을 위대한 투쟁의 기록으로 만들었습니다.

 

성공의 그림자, "클래식을 모욕했다!" 비난

 

1989 '향수' 발표되자, 대중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습니다. 라디오와 TV에서는 연일 노래가 흘러나왔고, 음반은 날개 돋친 팔려나갔습니다. 포크와 클래식의 만남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모든 국민이 아름다운 노래에 열광했죠.

 

하지만 환호성 뒤편,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차갑고 비난이 박인수 교수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국립오페라단의 수석 단원이 대중가수와 노래를 부를 있는가?", " 때문에 예술가의 영혼을 팔았다", "클래식의 순수성을 더럽히고 권위를 모욕했다" 원색적인 비난이었습니다.

 

'교수님'이자 '국립' 간판의 무거운 무게

 

당시 박인수 교수는 그냥 평범한 성악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상징하는 '서울대학교 음대 교수'이자, 국가를 대표하는 예술 단체인 '국립오페라단' 수석 테너였습니다. 그의 이름 앞에는 '교수님' '국립'이라는 권위 있는 수식어가 따라다녔죠.

 

클래식 음악계 입장에서 그의 '향수' 참여는 개인적인 일탈을 넘어, 그들이 지켜온 '순수 예술'이라는 성역의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린 '배신' 행위로 비쳤습니다. 특히 당시에는 대중음악인을 '딴따라'라며 낮춰 부르는 인식이 팽배했기에, 최고의 클래식 가수가 대중가수와 함께 노래하는 것은 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사건이었습니다.

 

결국 국립오페라단에서 쫓겨나다

 

비난은 그저 말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클래식계의 거센 압박과 내부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 박인수 교수는 결국 국립오페라단 단원직을 내놓아야만 했습니다. 사실상의 '제명' 또는 '해촉'이었습니다.

 

이는 '향수' 성공에 대한 대가이자, 견고했던 클래식계의 성벽을 넘으려 했던 예술가에게 가해진 일종의 '괘씸죄'였죠.

 

사건은 1980년대 후반까지도 대한민국 예술계에 얼마나 깊고 높은 장르의 벽이 존재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클래식' 우월하고, '대중음악' 그보다 아래라는 위계적인 인식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작동할 있는지를 명백히 증명한 셈입니다.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았던 거장의 소신

 

그렇다면 박인수 교수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을까요? 훗날 그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는 '향수' 대중가요이기 전에, 정지용의 위대한 시와 김희갑의 뛰어난 멜로디가 만난 훌륭한 '예술 작품'이라고 믿었습니다.

 

그에게 음악은 클래식과 대중음악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음악' '그렇지 않은 음악'으로 나뉠 뿐이었습니다.

 

국립오페라단에서 쫓겨나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의 소신과 용기 있는 선택은 꽁꽁 얼어붙어 있던 한국 음악계의 장벽에 거대한 균열을 내는 망치질이 되었습니다.

 

그의 희생이 있었기에, 이후 조수미, 신영옥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자연스럽게 대중음악과 협업하는 '크로스오버' 시대가 활짝 열릴 있었던 것입니다.

 

 '향수' 단지 아름다운 노래 곡이 아닙니다. 낡은 권위와 편견에 맞서 예술의 본질을 지키려 했던 거장의 소신이 담긴 '선언'이자 '투쟁' 기록입니다.

 

그의 고독한 희생 덕분에 우리는 지금 훨씬 자유롭고 다채로운 음악의 시대를 누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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