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이야기 34 산유화, 긴 잠에서 깨어난 걸작, 시와 혼연일체 된 선율 / 한국인의 애창가곡 100선

 

40년의 침묵을 깨고 1988 마침내 세상에 다시 나타난 가곡산유화 우리 음악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단순한금지곡의 해금 넘어, 시와 음악이 얼마나 완벽하게 하나 있는지를 보여주는 압도적인 걸작의재발견이었기 때문입니다.

 

 

1988, 마침내 봉인이 풀리다

 

1987 6 민주 항쟁 이후, 대한민국 사회에는 민주화의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흐름 속에서 그동안 이념의 잣대로 억압받았던 문화 예술 분야의 빗장도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1988, 정부는 월북 예술가들의 작품에 대한 해금 조치를 단행했고, 작곡가 김순남의 이름과 그의 음악도 마침내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산유화 악보가 다시 세상에 공개되고, 성악가들의 목소리로 불렸을 , 음악계는 경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수십 전에 만들어진 노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깊이 있는 음악성에 모두가 놀랐던 것입니다.

 

산유화 해금과 동시에 한국 가곡의 최고봉으로 단숨에 자리매김했습니다.

 

단순함 속에 담긴 우주적 깊이

 

산유화 멜로디는 언뜻 들으면 매우 단순합니다. 김소월 시의 7·5 민요적 율격을 그대로 살려, 기교 없이 담담하게 흘러갑니다.

 

산에는~ 피네~” 부분은 마치 옛사람들이 읊조리던 노랫가락처럼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단순함이야말로산유화 위대함입니다.

 

김순남은 시가 가진 본질, 우주적 순환과 존재의 고독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든 음악적 기교를 배제했습니다. 화려한 선율로 감정을 강요하는 대신, 듣는 이가 시의 깊이를 스스로 사색하고 음미할 공간을 만들어 것입니다.

 

피아노, 고독을 연주하다

 

노래에서 피아노는 단순한 반주가 아니라, 하나의 화자(話者)입니다. 노래 선율이 꽃의존재 담담히 노래한다면, 피아노는 꽃을 둘러싼 광활하고 공간 그립니다.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불협화음과 툭툭 끊어지는 듯한 스타카토는 서늘하고 공허한 산의 분위기를 자아내며, 시가 가진 고독의 정서를 극대화합니다.

 

특히 노래의 마지막, “꽃이 지네라고 읊조린 이어지는 피아노 후주는 마치 꽃잎이 힘없이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는 모습, 숭고하고 적막한 순간을 소리로 포착해냅니다.

 

시와 음악의 가장 완벽한 일치

 

결론적으로산유화 시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음악을 통해 깊이를 완성시킨, ‘시와 음악의 가장 완벽한 일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작곡가는 시의 단어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안에 담긴 철학을 음표로 번역해냈습니다. 많은 작곡가들이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였지만, 김순남의산유화 최고로 꼽히는 이유는 바로 때문입니다.

 

그는 단순히 시에 멜로디를 입힌 것이 아니라, 시의 영혼을 소리로 창조해냈습니다.

 

 

이념의 광풍 속에서 40년간 잠들어야 했던 비운의 걸작. 잠에서 깨어난산유화 이제 시와 음악이 도달할 있는 최고의 경지를 보여주며 우리 곁에서 영원히 피고 지는 불멸의 꽃이 되었습니다.

 

 

 

 

 

가곡 이야기 33 산유화, 비운의 천재 북으로 가버린 작곡가 김순남 / 한국인의 애창가곡 100선

가곡 ‘산유화’의 깊은 울림은 김소월의 시가 가진 철학적 깊이와, 이념의 격랑 속에서 스러져간 비운의 천재 작곡가 김순남의 삶이 더해져 완성됩니다. 이 노래는 홀로 피고 지는 들꽃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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