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이야기 40 강 건너 봄이 오듯, 내 마음의 살얼음이 녹아내리던 순간 | 한국인의 애창가곡 100선

 

때로는 격렬한 외침보다 조용한 속삭임이 더 큰 위로를 줍니다. '강 건너 봄이 오듯'은 바로 그런 노래입니다.

 

인생의 흐름이 멈춘 듯했던 어느 날, 이 노래가 어떻게 마음의 살얼음을 녹이고 조용한 희망의 물길을 터 주었는지, 그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앞 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 거나

 

소리 지르지 않는 희망의 노래

 

세상에는 수많은 희망의 노래가 있지만, '강 건너 봄이 오듯'이 특별한 이유는 그 방식에 있습니다.

 

이 노래는 '힘을 내!'라고 소리치거나 '일어나!'라고 재촉하지 않습니다. 대신, '앞 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 거나'라고 조용히 물으며 우리의 기다림에 공감해 줍니다.

 

희망은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벽 안개를 헤치고 오는 배처럼 자연스럽게, 그리고 반드시 도착할 것이라고 속삭입니다.

 

그래서 이 노래는 큰 실패와 절망의 순간보다는, 일상의 권태와 무기력 속에서 방향을 잃고 멈춰 선 듯한 기분이 들 때, 더욱 깊은 위로와 울림을 줍니다.

 

성악가의 숨결로 피어나는 '우련한 빛'

 

이 노래를 부르는 성악가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덕목은 힘이 아닌 '섬세함'입니다.

 

특히 '물 건너 우련한 빛을'과 같은 구절은 한 줄기 빛이 안갯속에 부드럽게 퍼져나가는 그 느낌을 오직 '숨결'과 '소리'로 그려내야 합니다. 강하게 내지르기보다, 오히려 힘을 빼고 공기 반 소리 반으로 안개를 머금은 듯한 소리를 낼 때 그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살아납니다.

 

또한, '그리움 말없이'를 세 번 반복하는 부분에서는 점차 커지는 감정이 아니라, 깊어지는 감정을 표현해야 합니다. 이는 성악가에게 고도의 집중력과 감정 조절 능력을 요구하는, 기술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경지입니다.

 

멈춰있던 시간 속의 작은 위로

 

누구에게나 삶이 마치 살얼음 낀 강처럼 정체되어 있는 시기가 있습니다.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어떤 새로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권태감에 빠지게 되죠. 내 마음의 강은 흐르지 않고, 미래는 새벽 안개처럼 뿌옇기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작은 음악회에서 한 소프라노가 부르는 '강 건너 봄이 오듯'을 듣게 됩니다. '앞 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 거나'라는 첫 소절이 마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들립니다.

 

그리고 '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 안개 헤쳐왔네'라는 구절을 듣는 순간, 얼어붙었던 마음에 작은 균열이 생기는 것을 느낍니다. '아, 저 안개 너머에서 무언가 오고 있을지도 몰라.' 그 배에 실린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저 무언가 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용한 위로가 됩니다.

 

내 마음의 어둔 골에 풀어놓은 나의 봄

 

그날 이후, '마음 어둔 골에 나의 봄을 풀어놓기'로 합니다. 거창한 변화를 꾀하기보다, 작은 것에서부터 봄의 소식을 찾기 시작합니다. 창가에 작은 화분을 들여놓고,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고, 잊고 있던 친구에게 안부 문자를 보냅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멈춰 있던 시간의 강이 아주 조금씩, 살얼음이 녹듯 흐르기 시작합니다. '강 건너 봄이 오듯'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지만, 문제의 관점을 바꾸게 해줍니다. 희망은 밖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내 안에서 피워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혹시 당신의 삶도 지금 잠시 멈춰 있나요? 그렇다면 '강 건너 봄이 오듯'의 선율에 조용히 귀 기울여 보세요. 새벽 안개 너머에서 당신을 위한 '연분홍 꽃다발'이 도착하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가곡 이야기 39 강 건너 봄이 오듯, 새벽 안개 헤치고 온, 연분홍 봄의 전령 | 한국인의 애창가곡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