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내 사랑 목련화야"라는 감미로운 구절로 시작하는 가곡 '목련화'. 이토록 서정적인 노래가 사실 한 교육기관의 이념을 담은 상징적인 노래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한 교육자의 숭고한 꿈이 거장 작곡가와 명테너의 목소리를 만나, 담장을 넘어 전 국민의 마음속에 피어난 '목련화'의 특별하고도 비밀스러운 탄생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사랑 노래인 줄 알았더니, 정체는 '상징곡'?
따스한 봄날의 서정, 사랑하는 이를 향한 달콤한 고백처럼 들리는 가곡 '목련화'. 많은 가곡들이 애틋하거나 장엄한 감정을 노래하는 것과 달리, 이 노래는 듣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는 따뜻함과 숭고한 사랑의 다짐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 노래가 사실은 한 교육기관을 상징하는, 사실상의 '교가'라면 믿어지시나요? 교가에 대한 딱딱한 편견을 완전히 깨고, 한 편의 시와 같은 가사와 유려한 선율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주 특별한 노래입니다.
전쟁의 폐허 속, '문화'로 희망을 노래하다
이 노랫말을 쓴 조영식 박사는 경희대학교의 설립자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였습니다. 그는 6.25 전쟁의 참혹한 비극을 겪으며, 무력으로는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죠. 그리고 '학문과 평화'를 바탕으로 '문화세계를 창조'하는 것만이 인류가 나아갈 길이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가 세운 교육기관은 바로 이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요람이었습니다. 그에게 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 더 나은 사회와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어갈 인재를 길러내는 숭고한 과정이었습니다.
교육 이념의 결정체, 왜 '목련'이었나?
설립자는 수많은 꽃 중에 목련을 자신이 세운 학원의 상징으로 삼고, 직접 시를 썼습니다. 그의 철학이 목련의 속성과 깊이 맞닿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목련은 겨울의 혹독한 시련을 견뎌내고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선구자'입니다.
그는 학생들이 시대의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미래를 열어가는 개척자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또한 티 없이 희고 깨끗한 '순결'은 학문을 하는 이의 정직한 양심을, 세찬 비바람에도 꽃잎을 잃지 않는 '강인함'은 어떠한 역경도 이겨내는 의지를 상징했습니다. '목련화'는 그의 교육 철학 그 자체이자, 미래 세대를 향한 따뜻한 염원이 담긴 편지였던 셈입니다.
두 거장의 만남, 그리고 전설의 목소리
한 교육자의 숭고한 꿈이 담긴 시는 당대 최고의 작곡가 김동진을 만나 비로소 아름다운 날개를 달게 됩니다. '가고파' 등 수많은 명곡으로 한국 가곡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던 거장에게 자신의 꿈이 담긴 시를 맡긴 것이죠. 작곡가는 시에 담긴 숭고한 뜻을 깊이 이해하고, 장엄함이나 비장미 대신 시가 가진 본연의 서정성과 따뜻함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노래가 대중의 마음속에 활짝 피어날 수 있었던 데에는 테너 엄정행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그의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녹음된 '목련화'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노래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한 교육자의 숭고한 꿈은 위대한 작곡가와 명가수의 목소리를 거쳐 우리 모두의 가슴에 피어나는 영원한 꽃이 되었습니다. 한 기관의 상징곡을 넘어 가장 넓은 세상으로 퍼져나간 '목련화'의 기적 같은 이야기는 지금도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가곡 이야기(14) 남촌: 우리들의 목소리로 완성되는 노래 / 한국인의 애창가곡 100선
아름다운 가곡 '남촌'은 독창으로 불릴 때도 매력적이지만,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합창으로 불릴 때 그 진가가 더욱 빛납니다. 저마다의 추억을 안고 함께 부르는 노래, 화음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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