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이야기 18 향수, 이걸 노래로 만든다고? 다들 고개만 절레절레 / 한국인의 애창가곡 100선

 

정지용의 완벽한 '향수' 노래로 만들겠다는 꿈을 남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건 불가능해!"라는 차가운 거절뿐. 한국 가요계의 판도를 바꾼 명곡 '향수' 탄생은 이처럼 무모한 도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모두가 미쳤다고 했던 꿈이 어떻게 현실이 되었는지, 짜릿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합니다!

 

가수 이동원의 '덕질' 여기서부터

 

이야기의 시작은 1980년대 후반, '가을 편지' 유명한 포크 가수 이동원에게서 비롯됩니다. 그는 우연히 서점에서 정지용의 시집을 발견하고 '향수' 읽는 순간,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고 합니다. 요즘 말로 하면 '최애' 시를 만난 '성공한 덕후' 시작이었죠.

 

그는 "이건 단순한 시가 아니다. 반드시 노래로 만들어야 한다" 강렬한 사명감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아름다운 시에 멜로디를 입혀 세상 사람들과 함께 부르고 싶다는 뜨거운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덕질' 길은 처음부터 험난하기만 했습니다.

 

" 시는 안됩니다!" 작곡가들의 집단 보이콧?

 

꿈에 부푼 이동원은 당대 최고의 작곡가란 작곡가는 모두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그의 원대한 계획은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죠. 작곡가들은 하나같이 "정지용 시인의 '향수' 자체로 너무나 완벽한 음악성을 가지고 있어서, 섣불리 멜로디를 붙이면 오히려 시를 망치게 된다" 손사래를 쳤습니다.

 

시가 가진 고유의 리듬과 운율을 존중했기 때문이죠. 이건 마치 차려진 완벽한 밥상에 굳이 반찬 하나를 올리려는 것처럼 보였을 겁니다. 연이은 거절에 이동원은 깊은 좌절에 빠졌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히트곡 제조기' 김희갑, 드디어 등판하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동원은 '히트곡 제조기' 불리던 작곡가 김희갑을 찾아갑니다.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수많은 명곡을 만든 역시 처음에는 " 같은 대중가요 작곡가가 어떻게 감히 정지용의 시에..."라며 부담감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시를 향한 이동원의 순수한 열정과 진심에 결국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그래, 한번 해봅시다!" 김희갑은 마침내 한국 가요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도전을 결심합니다. 그는 밤낮으로 시를 읽고 읽으며, 시가 가진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감동을 있는 멜로디를 찾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한 편의 영화처럼, 드디어 곡이 완성되다! 그런데...

 

작곡가 김희갑은 천재적인 해법을 찾아냅니다. 시의 연이 마치 장면의 그림처럼 독립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 착안, 1절부터 4절까지 각기 다른 분위기의 멜로디를 붙인 것이죠.

 

그리고 후렴구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에는 모든 감정을 폭발시키는 강력한 멜로디를 붙여 전체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이렇게 편의 영화 음악 같은 웅장한 곡이 탄생했습니다.

 

이동원은 완성된 악보를 보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죠. 하지만 기쁨도 잠시, 산이 그들 앞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바로, 인간의 목소리로는 도저히 부를 없을 같은 역대급 클라이맥스 부분이었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시는 마침내 노래가 되었지만, 이제는 노래를 부를 사람이 없다는 난관에 부딪힌 것입니다. 과연 이들의 무모한 도전은 여기서 멈추게 될까요?

 

 

 

가곡 이야기(17) 향수: 이 시, 왜 이렇게 그림 같고 난리? / 한국인의 애창가곡 100선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이 첫 구절, 그냥 소리 내 읽었을 뿐인데 왜 머릿속에 풍경이 막 그려지는 걸까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언어의 마술사' 정지용의 시 '향수' 이야기입니다.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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