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남 작곡의 ‘기다리는 마음’은 서정적인 멜로디로 온 국민의 심금을 울린 명가곡입니다. 하지만 이 노래가 한때 대한민국 전역에 매일 밤 울려 퍼지던 특별한 ‘알람’과도 같은 역할을 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매일 밤 10시, 전국을 깨우던 그 멜로디
지금처럼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나지 않던 1970년대, 라디오는 온 가족을 하나로 모으는 중요한 매체였습니다. 특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 10시는 라디오의 황금 시간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전국의 라디오에서 어김없이 흘러나오던 멜로디가 있었습니다.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바로 장일남의 가곡 ‘기다리는 마음’이 MBC 라디오의 인기 프로그램의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이 노래는 단순한 시작 음악을 넘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자 청취자들에게 보내는 ‘이제 곧 재미있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라는 설렘의 신호였습니다.
가곡, 라디오 전파를 타다!
‘가곡’ 하면 왠지 음악회에서 점잖게 앉아 감상해야 할 것 같은 어려운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기다리는 마음’은 바로 그 편견을 깨뜨린 선구자적인 곡입니다. 클래식 공연장을 넘어, 매일 밤 라디오 전파를 타고 안방까지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라디오를 듣던 학생, 퇴근길의 아버지, 집안일을 마무리하던 어머니까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 노래의 첫 소절을 흥얼거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다리는 마음’은 가곡이 소수만이 즐기는 어려운 장르가 아니라, 대중의 삶과 함께 호흡하는 친근한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역사적인 사례입니다.
작곡가 장일남의 '운명적 만남'
이 아름다운 멜로디를 탄생시킨 작곡가 장일남은 어느 날 우연히 한 편의 시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김민부 시인의 시 ‘기다리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는 시를 읽는 순간, 마치 원래부터 그 시 안에 존재했던 것처럼 선율이 저절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시가 가진 애틋함과 서정적인 분위기에 완벽하게 매료된 그는 단숨에 작곡을 끝마쳤다고 전해집니다. 시와 음악의 운명적인 만남, 한 예술가의 눈에 비친 글자들이 어떻게 모두의 마음을 울리는 불멸의 멜로디로 다시 태어났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일출봉'은 왜 나왔을까?
노래의 배경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웃할 만한 가사입니다. 제주도의 ‘일출봉’과 영암의 ‘월출봉’이 한 시에 등장하며 누군가를 애타게 불러달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애틋한 기다림의 시는 과연 누가, 어떤 마음으로 쓴 것일까요? 노래의 유명세 뒤에 가려진 시의 진짜 주인공과 그 속에 담긴 절절한 사연은 이 노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매일 밤 우리를 찾아왔던 익숙한 멜로디 속에 숨겨진 낯선 이야기가 궁금해지지 않으신가요?
한때는 대한민국을 잠재우고 또 깨우던 라디오 시그널 음악에서, 이제는 시대를 초월한 명가곡으로 우리 곁에 남은 ‘기다리는 마음’. 그 익숙함 뒤에 숨은 애틋한 사연을 다음 이야기에서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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