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남의 ‘기다리는 마음’이 지닌 애틋함의 근원은 바로 요절한 천재 시인 김민부의 삶과 그의 시 한 편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 노래는 단순한 기다림을 넘어, 짧은 생을 살다 간 한 영혼의 간절한 약속과도 같습니다.
시인 김민부, 다대포의 별이 되다
‘기다리는 마음’의 가사를 쓴 시인 김민부(金敏夫)는 1941년 부산에서 태어난 문학 천재였습니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각종 백일장을 휩쓸며 일찌감치 그 재능을 인정받았고,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재학 시절에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나리오가 당선되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천재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그가 활동했던 부산은 그의 문학적 고향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부산의 다대포 해변을 거닐며 시상을 떠올렸다고 전해지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처럼 낭만적이면서도 어딘가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1972년, 서른한 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며 자신의 재능을 다 펼쳐 보이지 못하고 밤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한 편의 시에 담긴 애끓는 기다림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이 간절한 문장은 김민부 시인이 남긴 시 ‘기다리는 마음’의 시작입니다.
시 속의 화자는 세상에서 가장 장엄한 순간인 일출과 월출의 순간에 자신을 불러달라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히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을 넘어, 자신의 온 존재를 걸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절대적인 심정을 표현한 것입니다.
기다림이 너무나 길고 간절하기에, 일상의 시간이 아닌 천지의 기운이 가장 웅장하게 교차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그 기다림의 의미가 완성될 수 있다는 듯한 처절함마저 느껴집니다.
기다림의 대상은 누구였을까?
그렇다면 시인은 과연 누구를, 무엇을 그토록 애타게 기다렸던 것일까요? 어떤 이는 사랑하는 연인을, 어떤 이는 헤어진 가족을 떠올릴 것입니다. 또 다른 이는 암울했던 시절, 더 나은 세상이나 새로운 희망을 기다리는 마음이었을 것이라 해석하기도 합니다.
시인은 그 대상이 누구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이 시는 읽는 사람 각자의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 거대한 그릇이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살면서 무언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순간을 겪습니다.
김민부의 시는 바로 그 모든 기다림을 끌어안으며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나에게도 '기다리는 마음'이 있었다
오래전, 아주 중요한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던 며칠이 있었습니다. 하루가 일 년처럼 길게 느껴졌고, 잠을 자다가도 몇 번씩 깨어나 시간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그때의 제 마음이 꼭 ‘기다리는 마음’의 화자와 같았습니다.
차라리 세상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러다가도 어서 시간이 흘러 결과의 순간에 도달했으면 하는 모순된 마음이 들끓었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간절함이 떠오릅니다.
초조함과 설렘, 불안과 희망이 뒤섞여 있던 그 시간. ‘기다리는 마음’은 그저 아름다운 노래가 아니라, 제 삶의 한 페이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저만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천재 시인 김민부는 비록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그의 ‘기다리는 마음’은 장일남의 선율을 만나 영원한 생명을 얻었습니다. 그의 간절했던 기다림은 이제 우리 모두의 기다림이 되어 오늘도 조용히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가곡 이야기 25 기다리는 마음, 이 노래 원래는 '알람'이었다? / 한국인의 애창가곡 100선
장일남 작곡의 ‘기다리는 마음’은 서정적인 멜로디로 온 국민의 심금을 울린 명가곡입니다. 하지만 이 노래가 한때 대한민국 전역에 매일 밤 울려 퍼지던 특별한 ‘알람’과도 같은 역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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