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남의 ‘기다리는 마음’은 시와 음악이 얼마나 완벽하게 하나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명곡입니다. 김민부 시인의 애틋한 언어는 장일남의 서정적인 선율을 만나, 듣는 이의 마음속에 파도처럼 밀려와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일으킵니다.
기다림을 음악으로 그린다면
‘기다림’이라는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작곡가 장일남은 ‘기다리는 마음’을 통해 그 가장 이상적인 답을 제시했습니다.
이 곡의 멜로디는 결코 서두르거나 격정적으로 폭발하지 않습니다. 마치 수평선 너머를 가만히 바라보듯, 잔잔하고 유려하게 흘러갑니다. 그러다가도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후렴구에 이르러서는 감정이 서서히 고조되며 애틋함이 절정에 달합니다.
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내면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한 것입니다. 조용히 시작하여 가슴 벅찬 울림으로 마무리되는 이 곡의 구조는, 기다림이라는 감정의 흐름을 그대로 닮아 있습니다.
장일남의 서정적 멜로디, 그 비밀은?
작곡가 장일남은 ‘한국적 서정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그의 음악은 복잡한 기교나 현란함 대신,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답고 친근한 선율을 특징으로 합니다.
‘기다리는 마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멜로디의 음폭이 크지 않고 진행이 자연스러워, 성악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기다리는 마음’이 전문가들의 애창곡을 넘어 국민 가곡으로 자리 잡게 된 중요한 비결입니다.
듣기에는 편안하지만 그 안에 담긴 서정의 깊이는 결코 얕지 않은 것, 그것이 바로 장일남 음악의 위대한 힘입니다.
성악가와 대중 모두를 사로잡다
‘기다리는 마음’은 수많은 성악가들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레퍼토리입니다. 이 곡은 성악가에게 폭발적인 고음이나 화려한 기교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대신, 시에 담긴 애틋한 감정을 얼마나 깊이 있게 해석하고 섬세하게 표현하는지를 시험합니다. 숨 막히는 테크닉 경쟁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의 목소리가 가진 서정성과 감성으로 승부해야 하는 곡인 셈입니다.
그렇기에 이 노래를 부르는 성악가는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으며, 듣는 대중은 꾸밈없는 목소리가 주는 순수한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시와 음악의 가장 완벽한 결혼
결론적으로 ‘기다리는 마음’의 위대함은 시와 음악의 완벽한 조화, 바로 ‘가곡(歌曲)’이라는 장르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를 실현했다는 데 있습니다.
김민부의 시가 가진 애절함이 없었다면 장일남의 선율은 그저 아름다운 멜로디에 그쳤을 것이고, 장일남의 선율이 없었다면 김민부의 시는 문학 교과서 속에서만 존재했을지도 모릅니다.
시는 음악의 날개를 달고 더 멀리 날아올랐고, 음악은 시의 심장을 얻어 더욱 깊은 울림을 갖게 되었습니다.
시 한 편과 멜로디 하나가 만나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영원히 지지 않을 기다림의 불씨를 지폈습니다. ‘기다리는 마음’은 시와 음악의 가장 이상적인 만남이 만들어낸 기적과도 같은 선물입니다.
가곡 이야기 26 기다리는 마음, 일출봉에 해 뜨거든/요절한 천재 시인의 약속 / 한국인의 애창가
장일남의 ‘기다리는 마음’이 지닌 애틋함의 근원은 바로 요절한 천재 시인 김민부의 삶과 그의 시 한 편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 노래는 단순한 기다림을 넘어, 짧은 생을 살다 간 한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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