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이야기 29 눈, 이 노래 경제학도가 썼다고? / 한국인의 애창가곡 100선

 

김효근 작곡의 순수한 서정성으로 겨울의 문턱마다 우리를 찾아오는 명가곡입니다. 그런데 이토록 아름다운 선율을 빚어낸 주인공이 음대생이 아닌, 쟁쟁한 전공자들을 모두 제치고 혜성처럼 나타난 스무 살의 경제학도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981, 가곡계의 신데렐라 탄생

 

때는 1981 11 21, 서울 숭의음악당. MBC 창사 20주년을 기념해 야심 차게 기획한1 MBC 대학가곡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쟁쟁한 음대생들이 저마다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는 가운데, 무대에는 낯선 이름이 올랐습니다. 작사, 작곡 김효근(당시 서울대 경제학과 3학년), 노래 조미경(당시 서울대 성악과 1학년). 참가자 95 유일한 비전공자였던 경제학도의 작품이 울려 퍼지자 장내는 숨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잠시 ,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대상발표. 대한민국 가곡계에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극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경제학 강의실과 음대 수업 사이

 

김효근은 법대나 상대에 진학하길 바랐던 부모님의 뜻에 따라 경제학과에 입학했지만, 그의 영혼은 음악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는 전공 수업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음대 수업을 열심히 들으며 작곡 이론을 독학했습니다. 전공인 경제학 학점보다 음대 청강 과목의 학점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입니다.

 

당시 그의 머릿속은 온통 화성학과 대위법, 그리고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선율들로 가득 있었습니다.

 

그렇게 치열했던 청춘의 열정과 꿈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결실이었습니다.

 

관악산에 내리던 , 편의 시가 되다

 

운명의 탄생한 곳은 다름 아닌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였습니다.

 

1981년의 어느 겨울날, 김효근은 창밖으로 곱게 쌓여가는 관악산의 설경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조그만 산길에 눈이 곱게 쌓이면 작은 발자국을 영원히 남기고 싶소.’라는 시구가 섬광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도서관을 오가던 자신의 발자국, 그리고 순수한 젊은 날의 고뇌와 상념이 새하얀 눈과 겹쳐지며 편의 서정시가 태어난 것입니다. 그는 곧바로 떠오른 악상을 오선지에 옮겼고, 멜로디는 한국 가곡사에 길이 남을 명곡이 되었습니다.

 

가장 순수해서 위대한 명곡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순수함 있습니다. 전문 시인의 세련된 언어도, 거장 작곡가의 노련한 기교도 없습니다. 대신,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청년의 묻지 않은 감성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스무 청춘의 눈에 비친 겨울 풍경과 내면의 독백이 꾸밈없이 담겨 있기에, 우리는 세월이 흘러도 들으며 각자의 가장 순수했던 시절을 추억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경제학도의 서랍 속에서 조용히 잠자고 있었을지 모를 악보 장이 세상을 만나 대한민국 국민의 겨울 애창곡이 되었습니다. 청년 김효근의 순수한 열정이 담긴 깊은 이야기를 다음 편에서 만나보겠습니다.

 

 

 

 

가곡 이야기 28 기다리는 마음, 마음 깊이 스며드는 애절함/한국인의 애창가곡 100선

한국 가곡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곡 중 하나가 바로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이 곡은 김민부(1941~1972)가 작사하고 장일남(1932~2006)이 작곡한 예술가곡으로,우리나라 성악계에서 오랫동안 사랑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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