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금강산의 작사자인 한상억 시인이 북이 고향인 화가 친구가 생각나 이 시를 썼다는 이야기는 곡의 탄생 배경에 담긴 '실향의 아픔'과 '그리움'이라는 핵심 정서를 더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감동적인 서사 장치로 보입니다.
감동을 위한 서사?
실제로 한상억 시인이 특정 친구 한 명에게서만 영감을 얻었다기보다, 6.25 전쟁 이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수많은 실향민들의 보편적인 아픔과 슬픔을 '화가 친구'라는 하나의 상징적인 인물로 응축하여 표현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노래의 탄생에 극적인 감동과 휴머니즘을 더해주는 효과적인 문학적 구성입니다.
더 중요한 진실: 작사가의 '직접적인 체험'
'화가 친구' 이야기보다 더 중요하고 확실한 창작의 근원은 바로 한상억 시인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입니다.
- 금강산 방문 경험: 한상억 시인은 분단 이전에 금강산을 직접 여행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일만 이천 봉'의 눈부신 아름다움과 그곳에서의 추억은 그의 뇌리에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의 가사는 상상 속의 산이 아닌, '실재했던 아름다움'과 '그것을 잃어버린 상실감'에서 비롯된, 훨씬 더 깊고 진한 그리움을 담고 있습니다.
- 강화도 출신이라는 배경: 한상억(1915~1992)은 강화도 출신의 시인이자 은행원으로, 최영섭과 절친한 관계였으며, 광복 전 금강산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묘사를 가사에 담았습니다. 한상억과 최영섭 두 사람이 분단의 아픔과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공유한 점은 사실로 확인됩니다. 강화도는 바다를 통해 북녘 땅과 마주하고 있는, 분단을 몸소 체감할 수 있는 지역입니다. 이러한 지리적 배경 역시 그가 분단의 아픔을 더 절실하게 느끼는 데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화가 친구가 실제 인물(예: 한상억의 지인 중 화가) 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으나, 이를 뒷받침할 문헌, 인터뷰, 또는 1차 자료는 현재 검색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결국 '그리운 금강산'은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작사가 자신의 '눈으로 본 기억'과 '가슴으로 느낀 아픔'을 바탕으로 탄생한 노래라고 보는 것이 훨씬 더 본질에 가깝습니다.
'문학적 서사'와 '역사적 진실'의 조화로운 이해
결론적으로, '화가 친구' 일화는 노래가 품은 정서를 극적으로 전달하는 아름다운 '문학적 서사'로 받아들이되, 노래 탄생의 실질적인 동력은 작사가 한상억의 개인적 체험과 분단이라는 시대적 비극에 있다는 의견이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특정 개인의 일화를 넘어, 작사가 자신의 체험과 민족 전체의 보편적 아픔이 응축된 결과물이라고 볼 때 '그리운 금강산'의 무게감과 가치는 더욱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가곡 이야기(22) 그리운 금강산: 그냥 '산 노래'가 아니라고? / 한국인의 애창가곡 10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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