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이야기 47 비가(悲歌), '맛있는 과자류?'의 정체/한국인의 애창가곡 100선
대학교 합창부실 한쪽 구석, 볕이 잘 들지 않아 늘 서늘했던 그곳엔 선배들이 물려주고 간 악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습니다. 그날따라 새로운 노래에 목말랐던 저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꽂혀 있던 낡은 악보책 한 권을 무심코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오래도록 함께 할 명곡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악보의 제목은 '비가(悲歌)'. 그 슬픈 한자 제목 옆에, 누군가 펜으로 삐뚤빼뚤하게 써놓은 '맛있는 과자류'라는 낙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마 '비가'라는 발음이 어떤 과자 이름을 떠올리게 한, 이름 모를 선배의 썰렁한 농담이었겠죠. 그 부조화에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웃음도 잠시, 악보의 첫 장을 넘긴 순간 공기마저 무거워지는 듯했습니다. 그곳에는 장난스러운 낙서와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