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이야기 31 눈, 아트팝의 서막, 피아노로 그린 겨울 동화 / 한국인의 애창가곡 100선
김효근의 ‘눈’은 그가 훗날 ‘아트팝(Art-Pop)’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게 되는 출발점이 된 곡입니다. 스무 살 청년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음악적 완성도와 서정적인 선율은,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김효근 음악 세계의 서막을 화려하게 열었습니다. 피아노가 그리는 한 폭의 설경(雪景) ‘눈’의 감동은 노래가 시작되기 전, 피아노 전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오른손의 아르페지오(펼침화음)는 마치 하늘에서 흩날리며 떨어지는 눈송이를, 왼손의 부드러운 화음은 소복하게 쌓여가는 눈의 무게감을 그려냅니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눈앞에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겨울 풍경이 저절로 펼쳐집니다. 김효근은 피아노 반주를 단순히 노래의 배경으로 사용하지 않고, 시의 이미지를 소리로 형상화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