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곡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곡 중 하나가 바로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이 곡은 김민부(1941~1972)가 작사하고 장일남(1932~2006)이 작곡한 예술가곡으로,우리나라 성악계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레퍼토리입니다. 분단의 아픔에서 탄생한 명곡 이 곡의 탄생 배경을 들여다보면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작곡가 장일남은 6·25 전쟁 당시 월남하면서 황해도 연평도에서 고향 땅을 바라보며 이 곡을 작곡했다고 전해집니다. 1950년 초에 작곡된 이 곡은 단순한 기다림이 아닌, 분단의 현실 속에서 그리움과 애절함을 담아낸 시대적 산물이었습니다.흥미로운 점은 김민부의 가사가 한시(漢詩)를 번역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우리 전통 문학의 서정성과 서구 음악 형식이 만나 새로운 ..
장일남 작곡의 ‘기다리는 마음’은 서정적인 멜로디로 온 국민의 심금을 울린 명가곡입니다. 하지만 이 노래가 한때 대한민국 전역에 매일 밤 울려 퍼지던 특별한 ‘알람’과도 같은 역할을 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매일 밤 10시, 전국을 깨우던 그 멜로디지금처럼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나지 않던 1970년대, 라디오는 온 가족을 하나로 모으는 중요한 매체였습니다. 특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 10시는 라디오의 황금 시간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전국의 라디오에서 어김없이 흘러나오던 멜로디가 있었습니다.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바로 장일남의 가곡 ‘기다리는 마음’이 MBC 라디오의 인기 프로그램의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이 노래는 단순..
'그리운 금강산'은 왜 성악가, 특히 소프라노들에게 꿈의 무대이자 넘어야 할 거대한 산으로 여겨질까요? 듣기에는 마냥 아름답지만, 부르는 사람에게는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이 노래! 성악가들의 기량을 시험하는 '최종 보스몹'이라 불리는 '그리운 금강산'의 음악적 비밀과 그 예술적 가치를 파헤쳐 봅니다. 성악가의 모든 것을 요구하는 '종합선물세트' '그리운 금강산'은 성악가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능력을 요구하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곡입니다. 먼저, 넓은 음역대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어야 합니다. 잔잔하고 서정적으로 시작하는 저음부부터, 클라이맥스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눈부신 고음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죠. 또한, 금강산의 웅장함을 표현하기 위한 풍부한 성량과 긴 프레이즈를 ..
우리가 지금 부르는 '그리운 금강산'이 사실 한번 가사가 바뀌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972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이 노래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작사가가 직접 눈물로 가사를 고쳐 써야만 했던 가슴 아픈 사연, 그리고 그 속에 담긴 통일을 향한 더 간절해진 염원을 따라가 봅니다. '통일의 노래'가 된 결정적 순간 1961년에 처음 발표된 '그리운 금강산'은 실향민들의 큰 사랑을 받았지만, 본격적으로 '분단과 통일의 상징곡'이 된 계기는 바로 1972년 7.4 남북 공동 성명 이후 시작된 '남북적십자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이었습니다. 수십 년 만에 혈육을 만나는 이산가족들의 오열과 통곡이 연일 TV와 라디오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었고, 이때 배경음악으로 가장 많이..
그리운 금강산의 작사자인 한상억 시인이 북이 고향인 화가 친구가 생각나 이 시를 썼다는 이야기는 곡의 탄생 배경에 담긴 '실향의 아픔'과 '그리움'이라는 핵심 정서를 더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감동적인 서사 장치로 보입니다. 감동을 위한 서사? 실제로 한상억 시인이 특정 친구 한 명에게서만 영감을 얻었다기보다, 6.25 전쟁 이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수많은 실향민들의 보편적인 아픔과 슬픔을 '화가 친구'라는 하나의 상징적인 인물로 응축하여 표현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노래의 탄생에 극적인 감동과 휴머니즘을 더해주는 효과적인 문학적 구성입니다. 더 중요한 진실: 작사가의 '직접적인 체험' '화가 친구' 이야기보다 더 중요하고 확실한 창작의 근원은 바로 한상억 시인 자신..